[평창 D-32]
바이애슬론 男女 대표 랍신·프롤리나, 월드컵 나란히 8위… 한국 선수론 첫 톱 10

평창 '메달 프로젝트' 위해 데려와
"먹잇감에 발톱 세운 호랑이 모습, 이번 올림픽서 보여드리겠다"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국가대표 바이애슬론 대표 티모페이 랍신(30)과 안나 프롤리나(34·여)의 스키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로 불리는 두 선수가 평창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발톱을 세운 모양새다.

프롤리나는 5일(현지 시각) 열린 2017~2018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4차 월드컵 여자 추적경기(독일 오베르호프)에서 32분25초5로 8위를 차지했다. 2016년 3월 한국인으로 귀화한 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프롤리나는 밴쿠버올림픽에서 4위까지 올랐던 강호이지만, 귀화 후에는 월드컵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 기록과 기량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귀화 지연과 무릎 부상 등으로 제대로 훈련을 못 했던 랍신도 지난달 IBU 3차 월드컵(프랑스 안시)에서 전체 106명 중 8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IBU 월드컵 대회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프롤리나와 랍신이 처음이다. 처음부터 평창을 목표로 컨디션을 관리해 온 둘의 기록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것이다.

랍신과 프롤리나는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이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귀화 시킨 선수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인 랍신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로 활약하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한 톱클래스 선수다. 러시아 대표팀 선발 당시 파벌 문제로 탈락하자 미련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기대를 모았던 랍신은 작년 5월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어 "이대로면 평창은 틀렸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재활 훈련에 성공하면서 올 시즌 자기 기량을 되찾고 있다. 랍신은 "소치 쇼트트랙에서 안현수가 러시아를 흥분시켰듯, 평창 바이애슬론에서 한국인들을 흥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애슬론 귀화선수 1호인 프롤리나도 한겨울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시베리아(한티만시스크) 출신이다. 프롤리나도 2006년부터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는 스프린트 4위까지 오른 실력파다. 2009년 평창 IBU세계선수권에선 계주 금메달도 따냈다. 하지만 2013년 출산 이후 러시아 대표팀에서 탈락하자 올림픽 메달 꿈 실현을 위해 한국의 귀화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롤리나도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때는 62위로 부진했고 이후 20위권을 맴돌았지만, 이번에 톱10에 진입에 성공했다.

두 선수는 그동안 신체 사이클을 평창올림픽에 맞추고 훈련해 왔다. 주변에선 '한물간 선수다' '기껏 귀화시켰더니 부상당해 훈련도 못 한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연맹은 대응하지 않고 이들에게 계속 신뢰를 보냈다. 박철성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은 여름에도 롤러스키를 타며 평창올림픽 코스를 익혔다"며 "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이면 현재 95% 수준인 랍신과 프롤리나의 컨디션이 절정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둘의 한국 적응력도 챔피언급이다. 프롤리나는 해외 훈련 중에도 김밥과 떡을 챙겨와 먹는다. 그는 "한국 김밥 맛이 최고"라며 "훈련 중에도 간단히 먹을 수 있어 딱 좋다"고 했다. 랍신은 오삼불고기(오징어 삼겹살 불고기)의 팬이다. "한국의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에너지가 불끈 솟는다"고 한다.

랍신과 프롤리나는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 갔을 때 스님으로부터 염주를 선물로 받았다"며 "오대산 기운이 담긴 염주를 돌리며 메달을 소원한다"고 했다. 최근 사주 카페에서 점을 본 결과, 올림픽 메달 운이 '상당히 강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프롤리나는 "호랑이는 평소 발톱을 보이지 않는다. 먹잇감이 다가와야 근육이 긴장되고 발톱이 나온다"며 "평창에선 발톱 세운 모습을 보시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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